[220425] 젠더갈등 기획 이슈토론문1 : 이대남은 누구인가

관리자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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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갈등 기획 이슈토론문1 : '이대남'은 누구인가

 

※ 하늘색 글씨를 누루면 이슈토론문 작성에 참고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0. 젠더갈등 이슈토론문 취지와 계획

 

‘젠더 갈등’은 20대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회 갈등 중 하나다. 2021년 서울신문이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12~14일 전국 유권자 12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9.2%는 빈부 갈등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이라고 답했다. 반면 20대는 42.0%가 남녀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어 빈부 갈등(35.7%), 세대 갈등(10.6%), 이념 갈등(7.5%) 순이었다. 그러나 정작 20대들에게 젠더 갈등을 물어보면 온라인, 언론, 정치권에서 갈등을 부추긴 면이 크다는 대답이 자주 나온다. 젠더 갈등의 양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도 제각각 다르다.

전국학생행진은 현재의 젠더 갈등 프레임이 20대 청년을 대변하지 못하고 청년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 20대 청년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분석의 대상이 되기보다 현재 젠더 갈등 프레임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적인 입장과 내용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학생행진은 세 차례에 걸쳐 젠더갈등 기획 이슈토론문을 발간할 예정이다. 먼저 젠더 갈등의 양상과 내용부터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과 정치권이 호명하는 ‘이대남’과 ‘이대녀’가 실재하는지, 실재한다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이들의 의견 대립이 어떻게 ‘갈등’으로까지 비화하는지 등 이슈토론문으로 정리할 예정이다.

 

발간 예정일

이슈토론문 주제

4월 넷째 주

‘이대남’은 누구인가

5월 둘째 주

‘이대녀’는 누구인가

5월 셋째 주

젠더 갈등은 왜 ‘갈등’이 되는가


 

1. ‘이대남’ 현상은 언제부터 시작하였나

 

언론은 2018년 말부터 20대 남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20대 남성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29.8%로 모든 연령대별 남녀 계층 중 가장 낮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직무 수행평가의 경우 문 대통령 취임 초 80%대였던 20대 남성 지지율이 40%대로 하락한다.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20대 남성은 더 많은 사회적 주목을 받는다. 당시 출구조사에 따르면, 투표한 20대 남성 유권자 72.3%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밝혀졌다. 60대 남성(70.2%)보다도 더 많이 오세훈 후보를 뽑은 것이다. 반면 20대 여성 유권자 중 40.9%가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했다. 같은 해 6월, 20대 남성의 지지로 30대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당 대표로 당선된다.

반면 정치권과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을 뿐,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 리부트 현상이 일어나면서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이대남’ 현상이 시작되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페미니즘이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거나, ‘여성 우월주의적’인 운동으로 인식되면서 20대 남성의 반감을 사게 되었다는 것이다.


2. ‘이대남’은 누구인가

 

당연히 ‘이대남’을 20대 남성의 전체라고 할 수 없다. 지난 2월 9일, 2030 남성들로 구성된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은 개인마다 성향이 다른데, 반페미니즘 성향을 지닌 일부가 20대 남성의 정체성인 것처럼 잘못 대표되고 있다며 ‘이대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대남’이란 용어가 성별·세대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표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대남’이란 용어가 사용되고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 정치권과 언론에 의해 과장된 면이 있다고 하나, 현재 한국 사회에서 특정한 인식을 공유한 채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20대 남성 집단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20대 남성은 누구이고 얼마나 존재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 이슈토론문에서는 시사인 천관율 기자와 한국리서치 여론분석 정한울 전문위원이 조사해 발간한 책 「20대 남자: ‘남성 마이너리티’ 자의식의 탄생」(이하 「20대 남자」)를 주요하게 참고했다. 두 사람은 웹 여론조사를 통해 20대 남녀 500명과 그 외 연령대의 성인 남녀 500명에게 총 208개의 질문을 했다. 「20대 남자」는 여론조사의 답을 정리하고 분석한 책이다.

 

① 20대 남성 중 68.7%는 남성 차별이 심각하다고 느낀다.

  • 한국 사회의 여성 차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물었을 때 20-30대 남성들 60% 이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반면 남성 차별이 심각한지 물었을 때는 다르다. 20대 남성 중 “심각하지 않다”는 26.8%로 추락하고, “심각하다”가 68.7%까지 치솟는다. “매우 심각하다”라는 강한 응답만 따로 봐도 30.5%나 된다. 조사에 응답한 20대 남성 중 68.7%가 남성 차별이 심각하다고 대답한 것이다.
  • 2021년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 만 19~34세 청년 6570명을 상대로 성장 과정과 성차별 경험을 물었을 때 19~24세 여성 중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여성은 77%였다. 반면 같은 연령대에서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남성은 54.1%였다. 25~29세에서는 여성 74.9%, 남성 52.5%가 각자의 성별이 차별받고 있다고 답했다.
  • 최근 4월 19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양성평등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대남은 46.8%가 한국 사회가 ‘남녀 평등’이라고 생각했고, 24.0%는 ‘남성에게 불평등’이라고 답했다. 20대 남성 4명 중 1명은 한국 사회가 남성에게 더 불평등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반면 20대 여성은 22.4%가 ‘남녀 평등’이라고 생각했고, 73.4%가 ‘여성 불평등’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연령 중에서 20대의 성평등 인식 격차가 가장 컸다.
  • 즉, 남성 차별을 느끼는 수치는 조사마다 다르지만 어떤 연령대보다도 20대 남성은 ‘남성 차별이 심각하다’고 대답했음을 알 수 있다.

 

② 20대 남성은 다른 세대와 성별보다 노동시장에서 여성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어떤 부분에서 차별을 느낄까. 한국 노동시장이 취업, 승진·승급 등 여러 면에서 여성에게 불공정하게 기울었다는 인식은 공감대가 넓다. 그런데 20대 남성만은 두 영역 모두 “공정”하다고 인식한다. 노동시장에서 20대 남성은 차별 피해를 적극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다른 세대 여론과 동떨어진 채로 노동시장에 여성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20대 남자 중 31.6%만이 여성에게 불리하다고 대답했다. 반면 41.5%가 남녀 간에 공정한 편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30대 남성과도 다른 부분인데 30대 남자 중 64.3%가 여성에게 불리하다, 22.6%가 남녀 간에 공정한 편이라고 대답했다.

 

③ 20대 남성 중 절반 이상은 연애와 결혼이 여성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 20대 남자들은 여성이 이기적이라고 특별히 더 강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연애와 결혼이 여성에게 더 유리한 게임이라고는 특별히 더 강하게 생각한다. “한국의 결혼 문화가 여성에게 더 유리하다”라는 문장을 제시하자 20대 남성은 이 말에 66.3%가 동의한다. 셋 중 두 명이 ‘결혼은 여자한테 유리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평균은 물론이고 기성세대 남성의 인식과도 꽤 떨어져 있다.

 

④ 20대 남성 중 절반 이상은 게임의 법칙이 불공정하다고 인식한다.

  • 20대 남자의 눈에는, 연애와 결혼 게임의 상대보다는 이 게임의 규칙이 더 나빠 보인다. 20대 남자는 여자들에게 유난히 화가 나 있는 남자가 아니다. ‘법 집행’이 남녀 어느 한쪽에 유리하다고 보는지 묻자 이번에도 20대 남자는 예외였다. “남성에게 불리” 응답이 절반을 넘는 53.6%다. 30세 이상 남성은 26.7%만 이렇게 생각한다. 20대 남자는 기성세대 남자보다, 법 집행이 남자에게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두 배 높다. 남녀 간 공정성 문제를 다룬 모든 문항 중에서, 법 집행에 대한 태도가 가장 극적으로 갈렸다. 페미니즘 물결 이후로 법 집행이 “남자에게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20대 남성들에서 폭발했다.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으로 대표되는 ‘남성 차별적 법 집행’에 대한 분노가 20대 남자들 사이에 쌓여가고 있다.
  • 20대 남성들은, 연애·결혼 시장이건 국가정책이건 간에, 게임의 법칙이 불공정하다고 인식한다. 분노의 핵심은 남성 차별이고, 차별론의 핵심은 (‘이기적인 여자들’이 아니라) 게임의 법칙이 왜곡되어 있다는 인식이다.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은 게임의 법칙을 왜곡하는 원천이다. 그러므로 단호하게 반대한다.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을 “매우 잘못하고 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20대 남성에서 54.2%로 단연 높다. 다음으로 높은 성별·세대는 30세 이상 남성인데, 22%에 그친다.
  • 이를 고려했을 때 천관율 기자와 정한울 전문위원은 20대 남성의 인식세계에서 남성은 역차별이 아니라 그냥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⑤ 취업 후 업무 능력과 사회생활 능력은 남성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 남녀 간 취업 후 업무 능력 차이를 물었을 때 20대 남성 중 43.8%는 남성이 대체로 뛰어난 것 같다고 답한다. 남녀 간 사회생활 능력 차이를 물었을 때 48%가 남성이 대체로 뛰어난 것 같다고 답한다.

 

⑥ 20대 남성에게 페미니즘은 남성 차별을 만드는 주역이다.

  •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페미니즘은 “남녀의 동등한 지위를 이루려는 운동이다”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에 대체로 부합하는 문장을 제시하고 찬반 의견을 물어봤다. 모든 세대·성별에서 동의 의견이 절반을 넘겼는데, 20대 남성은 정확히 반대로 움직였다. “동의하지 않는다”가 62.3%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강한 거부가 44.5%였다.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한다”라는 문장을 제시하고 찬반 의견을 물었다. 20대 남자는 78.9%가 동의했다. 30세 이상 남자(57.1%)보다 20%포인트 이상 높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은 20대 남성에게 페미니즘이 남성 차별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낸 주역이며 남성을 권력의 약자로 만드는 기획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분석한다.

 

⑦ 페미니즘에 확고히 반대하는 20대 남성 집단이 존재한다.

  • 페미니즘에 대한 태도를 직접 물어본 질문은 모든 세대가 ‘중립’인 0점 주위에 몰려 있다. 그런데 여섯 개 문항 모두에 ‘강한 반대’를 표한 응답자가 20대 남자 중에서는 25.9%였다. 여론조사에서 특정 주제에 강한 의견을 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일관되게 강한 의견을 표하려면 그 주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페미니즘에 확고한 반대자는 20대 남자 네 명 중 한 명으로 쉽게 주위에서 동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서로 같은 의견을 주고받으며 강화하는 과정이 수월하게 일어난다. 강한 반대자까지 합치면 그 비중은 20대 남자 중 58.6%다. 반면 강경한 페미니스트 집단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없었다.

 

⑧ 덮어놓고 여성혐오는 아니지만 페미니즘에 반대한다.

  • 페미니즘에 확고히 반대하는 남성 집단(25.9%)은 취업시 여성 할당제에 100% 동의하지 않는다. 반면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여성 지원과 보상에는 64.0%가 동의했다. 이들이 ‘덮어놓고 여성 혐오’가 아니라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두 사람은 반페미니즘 정체성 집단이 여성에게 덮어놓고 가혹하기보다는, 도움을 받을 자격에 가혹하다고 주장한다. 책임이 내부인지 외부인지 결정하는 경계선이 깐깐하다는 점에서 분명하고 지속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 다른 연구와 조사에서도 20대 남성들이 무조건 여성혐오를 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각종 조사·연구 결과를 보면, 사실 지금의 20대는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성평등 의식이 높다. 통계청의 2020년 사회조사에서 ‘가사를 부부가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는 전체 응답자의 62.5%였는데, 이 가운데 20대만 추려보면 84.8%가 이에 동의했다. 전체 평균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을 뿐만 아니라 30대(73.4%)보다도 ‘성평등한 가사 분담’에 동의하는 이가 훨씬 많았다. 세대에 성별이라는 변수를 추가해도 마찬가지다. 최종숙 한국민주주의연구소 선임연구원이 2020년 3월 발표한 논문 ‘20대 남성 현상 다시 보기: 20대와 3040세대의 이념성향과 젠더의식’을 보면, 20대 남성의 성평등 의식은 대체로 20대 여성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가령 ‘남성의 육아를 수용한다’ 의견이 20대 남성은 3.97(5점 만점)로, 20대 여성(4.17)보단 낮았지만 30대 여성(3.80)보다 오히려 높았다. ‘여성 직장상사 수용’, ‘여성의 주도’와 같은 항목에서도 20대 남성은 20대 여성보단 점수가 낮았지만, 30대 여성보단 높거나 비슷한 수용도를 보였다.
  • 하지만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앞에선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8년 공개한 <성 불평등과 남성의 삶의 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남성의 반페미니즘 의식(5점 만점)은 20대 3.78, 30대 3.61, 40대 3.24, 50대 3.06으로 20대 남성이 페미니즘에 가장 강하게 반대했다.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와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새로운 세대의 의식과 태도: 2030세대 젠더 및 사회의식 조사 결과’(2019년)에선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라고 여기는 남성이 19~24살 80.7%, 25~29살 75.4%로 다른 세대 남성보다 더 많았던 반면, ‘정당한 요구’라는 남성은 19~24살 24.1%, 25~29살 32.8%로 20대가 가장 적었다.

 

⑨ 반페미니즘 정체성 집단은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여성이 더 유능하다고 응답한다.

  • 25.9%의 반페미니즘 정체성 집단은 그 이외 20대 남자와 20대 여자보다도 더 높게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여성이 더 유능하다고 응답한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은 생애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는 영역에서 이들은 또래 여자들에게 주눅 들어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더해 이들의 ‘짝짓기 상처 지수’(‘상대방 성별이 이기적이다’ 응답률 - ‘내 성별이 이기적이다’ 응답률)가 어떤 집단보다도 가장 높은 수치(56.5)인 것을 참고했을 때, 학창 시절과 연애 결혼 시장의 경험이 이 집단의 반페미니즘 정체성을 형성한 후보 중 하나라고 본다.

 

정리

  • 조사에 응답한 20대 남성 중 절반 이상은 더는 여성이 남성보다 약자,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20대 남성 68.7%는 남성 차별이 심각하다고 본다. 동시에 연애, 결혼 시장, 법과 정책은 여성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돌아간다고 인식한다. 여성이 아닌 ‘게임의 규칙’에 분노하는 것이다. 이들의 눈에 페미니즘은 게임의 공정함을 헤쳐 남성 차별을 만들어내는 주역이다.
  • 조사에 응답한 20대 남성 중 남성 차별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남성이 68.7%라면, 페미니즘에 확고히 반대하는 남성은 25.9%다. 20대 남성 4명 중 1명으로 쉽게 자신과 뜻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 자신들의 입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들보다 정도가 약하지만,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20대 남자까지 합하면 그 비중은 58.6%다.
  • 그러나 페미니즘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덮어놓고 여성혐오이거나 성평등 의식이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 저자는 20대 남성이 여성의 문제를 사회구조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개인의 문제로 치환해 여성의 도움받을 자격에 깐깐한 것으로 분석한다.

 

3. ‘이대남’ 현상, 어떻게 봐야 할까

 

① 20대 남성의 보수화라는 입장과 반박

  • 일각에서는 20대 남자들의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이준석 당 대표 지지를 두고 20대 남자가 보수화되었다는 분석이 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20대 남자 58.7%가 윤석열에 투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0대 남자의 ‘보수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본다.
  • 일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20대 남자의 낮은 문재인 정부 지지율 원인을 “보수 정부의 교육”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이분들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 이런 생각을 먼저 한다"(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20대가 가장 보수적인 것은 지난 정권에서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그 아이들에게 적대의식을 심어줬기 때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두 발언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자 당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공개적으로 발언을 사과한다.)
  •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특권계급이나 노년 세대의 보수성과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사회구조는 무시한 채 ‘개인 간 공정한 경쟁’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20대 남성이 보수화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개인 간 공정한 경쟁’을 우선하기 때문에 ▲성평등 정책, ▲군 복무 가산점 폐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진보적’ 정책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 90년대생의 불평등을 분석한「세습중산층사회」의 저자 조귀동 기자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20대 남자 보수화론’을 비판한다. 2013년 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갤럽의 월간 지지도 조사를 바탕으로 20대 남성과 여성의 정당 지지를 분석했을 때, 2013년 상반기와 2019년 상반기의 20대 남성, 20대 여성의 정당 지지율 변동을 비교해보면 각각 범보수 정당 지지율(더불어민주당은 범진보로 분류함)이 거의 같은 규모로 하락했다고 나온다. 20대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각각 보수 정당에서 20%p 정도 이탈한 이들이 어디로 이동했느냐다. 순증감만 놓고 보면 남성은 보수 정당 이탈층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제3당 지지로 바뀌었다. 반면 여성은 거의 민주·진보 정당 지지로 흡수됐다. 이를 통해 저자는 20대 남성이 ‘보수화’된 게 아니라 민주·진보 정당에 포섭되지 못한 계층이 대규모로 존재함을 시사한다고 주장한다. 20대 남성은 보수화된 게 아니라 ‘비당파화’된 것과 가깝다는 것이다. 또한 ‘공정성’의 경우 20대의 사회 계층적 지위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고 분석한다.
  • 천관율 기자와 정한울 전문위원 역시 본인들의 조사를 바탕으로 ‘20대 남자 보수화론’을 기각한다. ‘복지 대 성장에 대한 태도’를 묻는 질문에 20대 남자 중 49.7%는 복지에 우호적으로 대답했다. ‘시장 개방 대 보호에 대한 태도’에는 20대 남자 중 57.7%가 개방에 우호적으로 대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태도’에는 79.7%가 매우 동의하거나 약간 동의했다. 이렇듯 시장 개방에 대한 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태도, 복지국가에 대한 태도 등 정치 성향을 보여주는 여러 질문에서 20대 남자는 정치적 보수화의 징후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②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라는 입장과 반박

  • ‘이대남’ 현상을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로 규정하는 경우다. 백래시란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을 이르는 말로, 주로 진보적인 사회 변화에 따라 기득권층의 영향력이 약해질 때 그에 대한 반발이다. 20대 남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백래시가 진행되었고, 정치권이 이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 ‘이대남’ 현상에 백래시 측면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20대 남성의 주장을 모두 백래시로 치환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20대 남성이 여성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동시에 한국의 급진주의 페미니즘 운동과 성 주류화 전략에 쇄신할 부분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경우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여 남성에 대한 사회적인 적대감을 강화하고 성폭력 엄벌주의를 통해 처벌의 공포에 대한 반발심을 강화한다는 비판이 있다. 성 주류화 전략의 경우 여성 일반의 현실은 개선되지 않는데 소수의 여성이 고위층으로 진출하면서 성평등을 이룩했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있다. 따라서 페미니즘 운동은 20대 남성의 백래시 측면을 인지하면서도 새로운 운동 전략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선택적으로 20대 여성의 주장만을 수용하여, ‘이대남’ 현상을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MZ세대가 어떻게 정치를 움직이는지 분석한「캐스팅보트」의 이동수 저자는 2018년 한 여성이 술집에서 “여성혐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던 ‘이수역 사건’을 젠더갈등의 기폭제로 규정하면서, 이 시기 남성들의 주장을 대변한 사람은 이준석 대표가 거의 유일했다고 지적한다. 반면 정부·여당은 '젠더갈등이 특별한 건 아니다' '보수정부 때 교육을 잘못 받아서 그렇다' 식으로 무시하거나 훈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이대남은 정부가 편파적이라 생각했고, 그 실망과 분노가 누적돼 반페미니즘, 이대남 현상을 낳았다는 것이다.
  • 저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에서도 20대 남성들의 지지율은 정부가 ‘편향적으로’ 개입했을 때 크게 출렁이는 경향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2018년 혜화역 시위 당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석하여 “언제 바로 나 자신도 이런 끔찍한 범죄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국민들 앞에 지금 너무나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는 메시지를 남겼을 때나, 이수역 사건 당시 여당 국회의원들이 사실관계가 입증되기도 전에 이를 여성 혐오 범죄로 규정했을 때가 그렇다고 한다.

 

③ ‘이대남’ 현상 이면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입장.

  • 「세습중산층사회」조귀동 저자는 젠더 갈등으로 이어지는 사회경제적 배경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먼저 노동시장의 경우 2010년대 이후 대기업 일반 사무직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번듯한 일자리’의 아랫부분을 구성하는 일자리와 함께,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 아랫부분을 구성하는 일자리에서 남성 비율이 집중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1차 노동시장의 주변부 및 ‘탈숙련화’된 대기업 일자리에서 남성의 몫이 급속히 줄어들게 되자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학에 입학한 남성 입장에서는 준거 집단인 3-4년 전 선배들에 비해 여성이 강력한 경쟁자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이들 집단에서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젠더 갈등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기초를 이룬다고 주장한다.
  • 한편, 저자는 오늘날 남성의 5분의 1은 결혼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남성의 소득과 결혼율 간에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가 관찰되기 때문에 ‘번듯한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소득이 낮은 남성의 경우 결혼으로 ‘이행’하지 못할 확률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 이에 따라 같은 20대 남성이라고 해도 젠더 문제에 대해 ‘나는 피해자’라고 느끼는 메커니즘이 계층에 따라 상이하다고 주장한다. 다소 단순화해 이야기한다면 중상위층 20대는 동일 계층 여성과 명문대 진학과 번듯한 일자리 취업을 놓고 예전보다 격렬히 경쟁해야하므로 분노한다.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 사회경제적 약자로 살아가는 20대는 연애와 결혼 시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약자’라는 현실을 절감하게 되면서 분노한다.
  • 저자는 이 결과를 천관율 기자와 정한울 전문위원의 주장과 연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학창 시절 여성에게 밀렸던, 즉 여성에 뒤처져 원하는 학교 진학에 실패한 경험과 연애, 결혼 시장에서 외면당한 경험이 “이 집단의 반페미니즘 정체성을 형성한 후보 중 하나”라는 게 두 사람의 진단이다. 조귀동 저자에 따르면 두 경험은 20대 남성의 출신 계층에 따라 분리된다. 사회경제적 계층 지위가 낮은 집단일수록 그 상처의 정도가 강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20대 남성 집단이 주도하는 젠더 갈등이 결국 20대 남성 각각이 속한 계층에 따라 다른 동기에 의해 발생하며, 또 그것이 계층에 따라 사회경제적 이해관계와 혼합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4. 논의 요청

 

1) 여러분들은 ‘이대남’ 현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20대 남성의 보수화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다고 보십니까?

2) ‘이대남’ 현상을 백래시 현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페미니즘 운동의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