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04] 검수완박, 무엇이 문제인가

관리자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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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4 이슈토론문 : 검수완박, 무엇이 문제인가

 


1. 이슈토론문 기획 의도

 

5월 3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검수완박’ 법안 공포안을 의결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촛불 정부라는 시대적 소명에 따라 권력기관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했고,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시행과 국가수사본부 설치, 국가정보원 개혁 등 권력기관의 제도 개혁에 큰 진전을 이뤘다”며 “견제와 균형, 민주적 통제의 원리에 따라 권력기관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법조계, 정치권, 시민단체 등에서는 ‘검수완박’ 법안이 형사사법 체계에 대혼란을 가져올 것이며 검찰‘개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검수완박’ 법안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성과 어긋나는 측면이 많다. 부정부패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서민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파괴했다고 지적받는다. 따라서 ‘검수완박’ 법안을 단순히 정치 세력 간 의견 대립으로 치부할 수 없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해당 법안이 전체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2.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과 ‘검수완박’ 추진 배경

 

1) 검찰개혁의 방향성과 1차 검찰개혁

 

① 검찰개혁의 방향성

  • 5월 3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검수완박’ 법안의 추진 배경과 문제점을 이해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알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정치검찰의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중립성을 담보하고 권력을 분산하여 권력기관들이 상호견제를 통해 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명분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했다.
  •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으로 대표되는 1차 검찰개혁과 ‘검수완박’ 법안으로 대표되는 2차 검찰개혁으로 나뉜다.

 

② 1차 검찰개혁: 검·경수사권 조정

  • 수사권이란 범죄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며, 기소권이란 사건 조사 후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에 대해 법원에 심판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한다. 2020년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기 이전까지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 검·경 수사권 조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추진되었다. 증거를 보고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기소권자가 수사까지 하면, 자신이 수사한 결과에 대해서 일종의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실제로는 죄가 없거나 증거가 부족한 경우에도 기소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의해야 할 점은 수사권-기소권 분리에서 지적당하는 수사권은 경찰이 송치(수사기관에서 다른 기관으로 사건을 보내는 것)한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아니라 검사의 개시하는 ‘직접 수사권’이다. 경찰 송치 이후 진행되는 검사의 직접 보완 수사는 확증편향으로 인한 무리한 수사 또는 기소와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경찰의 1차 수사 단계에서의 무리한 수사나 미흡한 수사를 점검하고 견제하는 기능에 더 가깝다.
  • 그래서 2020년 1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면서 '수사 개시 단계에서부터의 검찰의 직접 수사'는 지금은 6대 중대범죄의 경우에만 할 수 있도록 제한됐다. 6대 중대 범죄란 3천만 원 이상 뇌물, 5억 원 이상 횡령·배임 등 자본시장법 위반,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방위산업 관련 범죄, 대형 참사 관련 범죄를 뜻한다. 6대 중대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는 수사 개시 단계에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 경찰(사법경찰관)이 수사 개시 단계에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경찰이 수사를 진행해 1차적으로 혐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고, 만약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면 사건을 종결할 수 있고(불송치 결정),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 기소해 달라고 검찰에 사건을 보내게(송치) 된다.
  • 6대 중대 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거의 모든 범죄와 관련해 검찰은 2차적인 보완 수사권만 행사할 수 있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정말로 혐의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다시 판단해보기 위한 목적이나, 경찰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증거나 추가 혐의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경찰 수사 이후의 단계에서 보완 수사만 직접 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 '수사와 기소의 분리' 구호의 오남용과 진짜 검찰개혁)
  • 검사의 ‘직접 수사권’이 문제이니 이를 줄여야 한다는 방향의 적절성과는 별개로 검·경 수사권 조정은 여러 혼란과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검찰에서 경찰에 요구한 보완 수사·재수사 사건 중 3개월 내 이행된 사건은 절반가량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ㆍ고발 사건이 경찰에 쇄도하면서 경찰은 수사 장기화와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경찰이 사건 접수 자체를 반려하고 불기소ㆍ불송치를 남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수사권 조정을 평가하고 보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출처 : 檢재수사 요청건 22.7%가 1년 넘게 무소식…"수사권 조정 부작용" '검수완박' 앞서 수사권조정 혼란부터 해소해야)

 

③ 1차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 공수처는 공수처·검찰·경찰 간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져 수사 권력이 분산되고 궁극적으로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해 설립되었다. 특히 민주당은 검찰이 같은 검사인 제 식구를 감싸기 때문에 공수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공수처는 출범할 때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공수처장 임명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구조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집권당의 상설 사정기구의 성격을 띠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 독점에 비판하면서도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지니는 것 또한 모순적이라고 비판받았다.
  • 실제로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 시비를 끊임없이 겪고 있다. 공수처는 ‘친정권’ 검사로 유명한 이성윤 서울고검장 관련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수처장의 관용차를 보내줘 ‘황제 조사’라고 비판받았다. 정치적 중립 논란을 무릅쓰고 윤석열 당선인에게 제기된 ‘고발 사주’ 의혹 등 4건의 수사에 집중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공수처를 비판한 기자와 가족 등 민간인 100여 명의 통신 기록을 조회해 언론의 자유 침해와 민간인 사찰이란 비판을 받았다. (출처 : 정치 중립 못 지키고, 인권 침해 빚은 공수처 1년)
  •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2월, 국무회의에서 공수처 개정안 등을 통과시키며 "한국 민주주의의 오랜 숙원이었던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가 드디어 완성됐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일단락되었다. (출처 : 문 "권력기관 개혁 드디어 완성"… 국무회의서 공수처법 등 권력 3법 처리)

 

2) 2차 검찰개혁 : ‘검수완박’

 

  • 끝난 줄 알았던 검찰개혁은 올해 4월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 입법 강행을 통해 다시 시작한다.
  •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제대로 안착하지 않은 상황인데다가 법조계, 정치계, 시민사회계 등이 ‘검수완박’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무리하게 입법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당은 여전히 검찰에게 남아있는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일부 민주당 강경파 의원이 ‘미완의 개혁’을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았고,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도 때맞춰 ‘즉시 입법’을 압박했다. 새 정부 출범 후 검찰의 ‘보복 수사’를 우려하기도 한다. (출처 : '윤석열 정부 보복수사 걱정'이 죽어가던 검수완박 살려냈다)
  • 그러나 대부분의 법조계, 정치권에서는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을 보완하지 않은 상황, 5월이면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상황,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법안의 내용에 허점이 많은 상황에서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민주당 본인들의 비리와 범죄를 덮자는 정치적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한 법조인은 “선거 수사를 포함해 6대 범죄를 증발시킨다는 것은 지방선거를 검찰 감시 없이 편하게 치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검수완박은 민주당이 숨기고 싶은 수많은 비리와 범죄를 덮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특히 형사피고인 신분인 의원들이 주도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출처 : 법조계·학계 "검수완박보다 수사권 조정 냉정한 평가부터" 평검사 대표 "'검수완박' 중재안, 정치적 의도 있는지 의문")

 

3. ‘검수완박’ 입법 과정의 문제점

 

  • ‘검수완박’ 법안은 추진 배경 외에도 입법 절차와 내용 등에서 비판받고 있다. 입법 절차의 경우 민주당의 일방적인 입법 독주라고 비판받는다.
  • 국민의힘이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합의한 후 이를 파기한 것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부적절한 이유로 합의안을 파기한 것은 아니다.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상당함을 확인한 뒤 민주당에 재논의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법안에 대한 정당 간 논의가 더욱 충분히 이루어져야 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미칠 사회적 영향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채 법안에 합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 그러나 민주당은 이미 국민의힘이 중재안에 합의했다는 이유로 검수완박에 대한 각계각층의 비판적인 목소리는 듣지 않았고, 심지어 민주적 절차를 파괴하며 입법을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래는 이번 입법 과정에서 민주당이 비판받는 대표적인 비민주적 행위들이다.

 

① 법사위 사·보임과 위장 탈당 (혹은 고의적 탈당)

  •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지양하고 법안을 숙의하기 위해 여야 동수의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사·보임과 위장 탈당으로 국회 다수당의 지위를 이용해 소수당의 합법적 저항을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검수완박을 위해서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우선 법사위에서 통과시켜야 하는데 안건조정위가 변수다. 안건조정위는 쟁점이 있는 법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2012년 국회선진화법(현행 국회법)을 처리할 때 만들어진 제도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안건조정위로 넘어간 법안은 최장 90일간 심사할 수 있다. 소수당 입장에서는 90일까지 해당 법안을 저지하며 여론전 등을 벌일 수 있는 시간을 번다. 여야 3명씩 동수로 구성하되 의결정족수는 2/3 찬성으로 규정했다.
  • 4월 7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던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사위로 보내고, 박성준 민주당 의원을 기재위로 옮기는 사·보임 안건을 결재한다. 그러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 졸속 처리에 반대하자 4월 20일, 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키고 양향자 의원이 아닌 민형배 의원을 안건조정위에 포함했다. 4월 26일 검수완박 중재안은 총 6명 중 민주당 의원 3명과 민 의원 등 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출처 : 민주당, 검수완박 위해 '위장 탈당'까지 "헌정사에 이런 일은…")
  • 이에 국회선진화법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누가 봐도 꼼수인 게 분명하면 지는 것”(문희상 전 국회의장), “민주주의 가치를 능멸”(김병욱 의원), “너무나 명백한 편법”(이소영 의원) 등 비판과 함께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나왔다. (출처 : [검수완박 후폭풍] ① 다수의 입법은 절대선일까…무너진 의회주의 꼼수 검수완박 역풍…민주당내 반발 확산)

 

② 회기 쪼개기

  • 필리버스터란 의원들이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에 나서는 것으로, 국회법에 명시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뜻한다. 국회법은 이를 '무제한 토론'이라는 용어로 규정하고 있다. 거대 정당의 일방적인 안건 처리가 예상될 때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국회선진화법 '필리버스터' 보장…1973년 폐지→2012년 재도입)
  •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이용해 ‘검수완박’ 법안을 저지하려 했지만, 민주당은 회기 쪼개기로 이를 무력화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무제한 토론을 하는 중 회기가 끝나는 경우 토론 역시 종결된 것으로 간주하고 해당 안건을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
  • 이 때문에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의 5월 3일 국회 본회의 최종 처리를 목표로 3일씩 역산해 일정을 잡았다. 4월 27일 검찰청법 상정 및 필리버스터→4월 30일 검찰청법 표결 후 형사소송법 상정 및 필리버스터→5월 3일 형사소송법 표결→같은 날 국무회의 통과의 수순이다.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해당 법안은 법적 효력을 가지게 된다. (출처 : 이런 꼼수로 밀어붙였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5장면)
  • 민주당은 4월 27일과 30일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회기 쪼개기’로 강제 종료시킨 뒤 4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본회의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 168명 중 코로나 등으로 불참한 인원을 뺀 161명 전원이 찬성했다. 정의당도 소속 의원 6명 전원이 찬성했다. 5월 3일 형사소송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고 통과하였다.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검수완박’ 법안 공포안을 의결했다.

 

③ 법률안 심의절차 형해화 및 ‘누더기 졸속 법안’

  •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법안은 발의안, 국회의장 중재안, 법사위 소위 수정안, 본회의 수정안 등 수차례 바뀌며 법조계에선 “누더기 졸속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약 1,500명 법학 교수로 구성된 한국법학교수회는 “절차적으로 국회법상 법률안 심의 절차를 형해화하는 등 명백한 위법성을 보이고 있다”며 검수완박 법안 추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검수완박 법안 추진이 △법률안은 위원회에 회부된 날부터 15일이 지나지 않으면 회부 불가 △회부 법률안 주요 내용은 10일 이상 입법예고 △안건심사 시 전문위원 검토 보고를 통해 대체토론 후 소위원회에 회부 △중요안건 심사를 위해 공청회·청문회 개최 △본회의는 의장에게 법률안 심사 보고서를 제출한 후 1일이 지나지 않으면 의사일정으로 상정 불가하다는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 여기에 더해 법사위 소위, 안건조정위, 전체 회의, 본회의 등을 거치며 법안 내용이 계속 달라졌다. 즉 민주당 원안,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은 중재안, 법사위에서 통과된 수정안, 마지막 본회의에 올라간 민주당 ‘셀프 수정안’이 모두 달랐다.
  • 4월 22일,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했다. 중재안은 검찰의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가운데 ‘부패’와 ‘경제’만 한시적으로 남기는 것이 골자였다.
  • 민주당은 지난 26일 하루 만에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안건조정위원회-전체 회의까지 순차적으로 열어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켰다. 첫 단계인 법안소위에서는 정의당 제안에 따라 선거 범죄 수사권을 연말까지 검찰에 남겨두는 문안이 삽입됐다.
  • 법안소위-안건조정위-전체 회의까지 법안이 급하게 넘어가면서 양당이 합의했던 문구가 반영되지 않은 채로 통과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문구가 ‘부패·경제범죄 등’이다. 양당은 안건조정위가 열리기 직전 ‘부패·경제범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되어 있던 것을 ‘등’으로 바꾸기로 했다. 수사 범위를 확대할 여지는 남겨두자는 데에 여야가 공감한 것이다. 그러나 안건조정위가 열리자 민주당은 부패·경제범죄 중의 중대범죄’로 되어 있는 소위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는 스스로 고친 ‘셀프 수정안’을 상정했다. 여기에서는 ‘부패·중대범죄 등’ 문구가 다시 살아났다.
  • 국회의장 중재안은 송치 사건의 범죄 단일성·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를 금지(별건 수사 금지)했지만, 본회의 상정안에선 ‘검사는 송치 사건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바뀌었다. 또 수사·기소 검사를 분리하고, 검찰 직접 수사 부서의 인원 현황을 국회에 보고하게 하는 논란 조항이 포함됐다. (출처 : 법학교수회 “검수완박 국회 통과 명백한 위법...文 거부권은 책무” 검수완박 중재안·수정안 계속 바꿔… 법사위원 “우리도 헷갈려”)

 

4.‘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

 

‘검수완박’ 법안은 각계각층으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첫째, 민주당이 주장한 검찰개혁의 명분인 ‘견제와 균형’에 어긋나며 오히려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낳는다는 점이다. 이는 검찰의 권력을 경찰에게 주는 것에 불과하며 검찰보다 경찰 권력이 더 문제일 수 있다는 비판이다. 둘째, 수사권-기소권 분리 취지와 아예 무관한 조항이 추가된 것인데 바로 ‘고발인의 이의신청 권한을 박탈’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의 피해를 양산하며 직권남용죄와 선거법 위반 범죄 등 피해자가 특정되진 않지만, 공익과 배치되는 범죄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셋째,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면서도 이를 보완할 방안을 만들지 않아 중대 범죄 수사가 그 자체로 증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① ‘견제와 균형’에 어긋나는 ‘경찰 권력의 비대화’

  •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수사기관의 중립성 담보를 위해 수사기관 간 힘의 균형과 권력 분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의 ‘검수완박’은 경찰 권력을 비대화하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가진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를 제외한 일반형사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번 ‘검수완박’으로 검찰에게서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범죄 수사권을 박탈하면 그것도 경찰로 넘어가게 된다. (경제범죄와 부패범죄 수사권은 한시적으로만 검찰이 가진다) 경찰 권력이 거대하게 팽창하는 것이다.
  • 그러나 경찰 권력을 견제할 장치는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적으로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이 검경수사권 조정과정에서 폐지됐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크기 때문에 경찰 수사가 적법절차를 준수하도록 감시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기소와 수사를 분리한다는 명분으로 폐지된 것이다. 이로써 경찰은 수사 대상의 선정, 입건과 이후의 수사 범위에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게 되었고, 1차 수사종결권도 부여받아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할지 여부도 경찰이 결정하게 되었다. 경찰의 과잉수사 권력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견제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또한 검사의 경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했기 때문에 검사가 보완 수사를 "요구"한다고 해도 경찰이 보완 수사 요구에 응하지 않고 원래의 경찰 수사 결론과 동일하게 사건을 다시 검사에게 넘기거나, 아니면 아예 사건을 검사에게 다시 넘기지 않고 가지고만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을 견제할 장치는 마련하지 않은 채 검사가 가지고 있던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범죄 수사권을 이관한다는 것이다.
  • 형사사법 체계가 검사에게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하여 경찰을 지휘·통제하는 구조로 설계된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1954년 법 제정 당시 검찰보다 경찰에 의한 권한 남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일제시기 자행하던 가혹한 수사 관행을 해방 이후에도 개선하지 않았고, 정치권력에 기대어 법원과 검찰의 통제를 벗어나려고 했다. 경찰은 검찰과 다르게 상명하복의 원리가 지배하는 행정기관의 성격이 강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할 강력한 조직과 장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권한 남용의 문제가 더욱 파괴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출처 : 검수완박, 민주당 정부 비리수사 방탄용 법안)

 

② 수사권-기소권 분리 취지와 어긋나는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박탈

  •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박탈이다.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직접 고소장을 제출한 고소인과 다른 피해자는 할 수 있지만,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은 박탈한다.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박탈은 수사권-기소권 분리 취지와 전혀 연결지점이 없다. 오히려 사회적 약자의 피해를 해결하지 못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며 선거법 위반 범죄, 직권남용죄 등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고발 사건의 경우 사회적 약자들이 직접 신고하기 어려워 지인 혹은 시민단체가 대신 증거를 모아 고발해줄 때가 많다. 또한 개인의 사적 이익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익을 훼손하는 범죄의 경우 수사기관이 스스로 인지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누군가의 고발만이 사건을 시작하게 되는 단초다.
  • 따라서 장애인권법센터 대표인 김예원 변호사는 "시민단체에서 증거를 모아 고발했는데, 이제 고발인만 있는 사건을 경찰에서 불송치한다면 대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과를 가지게 된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국가기관에 있는 용기 없는 용기 다 내서 (고발)했는데, 제도가 망가져 버리면 이들은 쉽게 포기하게 될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큰 좌절 속에서 살게 되는 걸 국가가 어떻게 책임질 생각인지 묻고 싶다. 가장 약한 사람을 최대한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의 경우 “시민단체들은 고발제도를 활용해 기업의 내부자 등 공익제보자, 조직적 범죄의 피해자 등 신원이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당사자를 대리해 고발해왔다. 더불어 노동·선거·인권 관련 사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국가권익위원회·선거관리위원·국가인권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고발로 수사가 이뤄져 왔다”면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삭제되면,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 결정될 때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재검토하고 고발인을 통해 수사를 촉구하는 장치가 사실상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참여연대는 “환경 범죄나 공익 관련 범죄와 같이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건이나, 아동·장애인 등과 같이 피해자가 스스로 고소하기 어려운 사건에서 시민사회단체나 공익적 대리인이 제기하는 고발 사건도 이의신청마저 막혀버린다.”고 짚었다. (출처 : 김예원 변호사 "이제 경찰의 고발사건 불송치는 대법원 판결 같은 효과" “고발인 ‘이의신청권 삭제’ 형사소송법…고소 어려운 아동 어쩌나”)
  • sbs 임찬종 기자는 [취재파일] 이의신청 축소는 왜 검수완박의 마지노선이 되었나를 통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박탈이 왜 문제인지 상세히 설명한다. 특히 직권남용(공직자 범죄)과 선거법 위반 범죄와 고발인 이의신청 권한 박탈을 연결해 해당 법안이 미칠 영향을 고민하게 한다. 직권남용죄는 대부분의 경우 직접 피해자가 특정되기 쉽지 않거나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기 어려운 범죄이고, 범죄로 인해 훼손되는 이익(법익)도 특정한 피해자의 사적인 이익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공적인 이익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경우 고발을 통해서만 수사가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경찰이 직권남용 고발 사건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한다면? 지금까지의 제도에서는 고발인이 이의신청할 경우 자동으로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 검찰의 추가 수사로 이어졌지만,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있으면 검찰은 직권남용 범죄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댈 수 없는 구조가 확립되는 것이다.
  • 임찬종 기자는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들에 검수완박 법안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여준다.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적용된 죄명 역시 직권남용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법안 시행 시기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진행 중인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경찰로 이송될 수 있다. 설사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1차 수사를 검찰이 마칠 수 있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앞서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경우에도 윗선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다. 현직 장관과 청와대 인사수석실 비서관이 공공기관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면, 이것을 두 사람의 사적 일탈로 해석되기는 어려운 만큼, 윗선의 관여 여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권남용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개시가 금지되기 때문에 검수완박 법안 시행 이후에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나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추가 고발장이 제출되더라도 경찰이 일단 수사를 담당하게 된다. 이에 대해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 검찰이 추가 수사라도 할 수 있지만,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 사건은 검찰에 오기 전에 완전히 종결될 것이다.
  • 직권남용죄뿐만 아니라 선거범죄에 대해서도 비슷한 구도가 전개될 것이다. 선거범죄 역시 검찰의 수사개시권이 박탈되는 중대범죄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선거법 위반 범죄 중 대표적인 사건은 울산 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이다. 이 사건 공소장에는 청와대 직제 조직 7곳이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개입했다는 혐의가 기재돼 있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 이진석 전 국정상황실장 등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여러 명이 직접 기소되기도 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은 불기소 처분됐고, 기소된 공직자들도 모두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청와대 고위직 여러 명의 관여 의혹이 불거진 사건과 관련해 윗선의 개입이 나중에 드러날 수도 있다는 전망은 끊이지 않고 있다.

 

③ 중대 범죄 수사 증발 우려

  • 마지막으로 제기되는 핵심적인 우려 사항은 검찰이 맡았던 중대 범죄 수사가 증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범죄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면서도 기존에 검사가 맡았던 기능을 대체할 기관이 없어 범죄 수사 자체가 증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는 6대 중대범죄를 전담하는 수사기관인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이는 본회의 안건에서 삭제되었다.
  • 중대 범죄 수사가 증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검수완박 법안에 찬성하는 이들도 중대 범죄 수사 증발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다. 중수청 법안을 미루면서까지 ‘검수완박’ 법안의 우선 처리를 주장한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검찰 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한다.”고 했다. “검찰 수사권이 폐지된다고 해서 지금도 일에 치이는 경찰이 이 부분을 다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국가 수가 총량이 줄어든다.”고 했다. (출처 : “檢 6대 범죄수사권 그냥 증발”… 황운하가 드러낸 ‘검수완박’ 본심)
  • 한편, 중수청 설치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 사법개혁 특별위원회(사개특위)를 구성하는 안건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중수청의 관할, 기능, 규모, 임명권, 조직 및 인적 구성 등 난제가 상당하고 국민의힘이 사개특위를 거부하면서 실제 설립 여부와 시기를 예상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5. 논의 요청

 

  1. 기존 민주적 절차를 고려했을 때 ‘검수완박’ 입법 과정은 어떤 점에서 문제라고 생각합니까?
  2. 문재인 정부는 정치검찰의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중립성을 담보하고 권력을 분산하여 권력기관들이 상호견제를 통해 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명분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했습니다. 2차 검찰개혁으로서 ‘검수완박’의 내용은 어떤 점에서 문제라고 생각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