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의 시대』 서평 : 산업화 VS 민주화의 종말, 중도파의 나라.

관리자
202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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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의 시대』 서평 : 산업화 VS 민주화의 종말, 중도파의 나라.


전국학생행진 무빈

민주화 세대의 역사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이후, 전두환 군부정권의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건이다. 민주화 세대의 역사관으로 보면, 1987년 6월 항쟁은 대중들이 자신들의 노선을 대대적으로 지지한 승리의 순간이었다. 6월 항쟁의 또 다른 결과는 뜻밖에도 노태우의 당선이다. 민주화 세대는 이 결과를 보통 김대중, 김영삼의 단일화 실패에서 왔다고 생각하지만, 그 설명은 왜 사람들이 노태우를 36%나 지지했는지 말해주지 못한다.

추월의 시대는 중도파의 관점으로 역사를 분석하며 설명의 모순을 보충한다. 사실 민주화 세대를 온전히 지지하지도, 또 군부산업화 세력을 온전히 지지하지도 않는 중간 지대에 속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민주화를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산업화를 긍정했다. 어쩌면 민주화 세력이 단일화를 실패했을 때 그들이 산업화를 주도 해왔던, 그리고 민주화를 약속했던 노태우를 뽑았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을지 모른다. 중도파의 눈으로 역사를 다시 보니, 보이지 않았던 것이 여럿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혹자는 우리나라를 ‘중도파의 나라’라고 분석한다. 중도를 외면하고 선을 넘은 정치인들은 단 한 번도 선택을 받은 적이 없던 것이 한국 정치의 역사이다. 박정희는 부마에서 선을 넘으려 하다 김재규에게 암살당했다. 비웃듯 광주에서 선을 넘었던 전두환은 1987년, 끌려 내려와, 사형선고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어쩌면 중도는 한국 사회, 가장 중요한 정치 세력일지도 모른다. 중도 세력은 세대교체를 맞고 있다. 이전의 중도의 역할을 했던 1950년대 생들은 이제 한발 물러서고, 2030이 새로운 중도 세력으로 호명된다. 2030 세력은 과거의 50년대생 중도와는 다르다. 50년대 생이 1987년 민주화와 산업화를 각각 지지했다면, 지금 2030은 그 어떤 세력도 지지하지 않는다. 어쩌면 과거에 1950년대 생들이 전두환이 선을 넘었을 때 등을 돌렸던 것처럼, 여당도, 야당도 모두 선을 넘어 버린 걸지도 모른다. 민주화와 산업화가 각각 더 나은 삶을 약속했었기에 지지 했으나, 이제는 야당도, 여당도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민감한 중도파들이 빠르게 알아차린 것이다.

그 누구도 대안이 될 수 없기에,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 정치를 외면하는 2030 세대는 한국 정치의 위기를 가장 잘 보여준다. 2030이 여당과 야당, 현실정치에 그은 선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건강한 정치 세력이 있는, 20대, 30대 청년인 우리가, 정치에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