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보궐선거 논평] 청년세대가 아니라 성폭력, 진영논리, 포퓰리즘으로 얼룩진 기성 정치가 문제다.

원두
2021-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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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보궐선거에 대한 논평] 청년세대가 아니라 성폭력, 진영논리, 포퓰리즘으로 얼룩진 기성 정치가 문제다.

20대의 투표 결과에 대해 다양한 말이 많다. 첫 번째 분석은 “젊은 유권자들 진보 이탈 가속…‘이남자’ 압도적 오세훈지지(한겨레)” 같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20대 내부의 성별갈등이 투표 결과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20대 이하 남성 유권자들의 72.5%가 국민의 힘 오세훈 당선자를 지지했다는 점에서 20대의 남성의 반페미니즘적 성향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기도 한다. 20대 이하 여성들의 기타후보 지지율이 15.1%나 됐다는 것에 주목하며 20대 여성의 높은 페미니즘에 대한 지지도를 원인으로 짚는 분석도 있다. 성별 투표 결과의 차이를 페미니즘을 둘러싼 성별 갈등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페미니즘 정책으로 20대 남성이 민주당에 등을 돌렸고, 민주당 인사의 성폭력 사건으로 20대 여성이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는 식의 해석은 단순한 해석이다.


20대의 세대 성향을 이번 투표 결과의 원인으로 짚기도 한다. “MZ세대 진보-보수는 없다, ‘어느 당’보다 ‘내 이슈’에 더 민감할 뿐.(한겨레)”, “공정·실리 우선하는 MZ세대 ‘스윙 보터’로 떴다(중앙일보)” 주요 언론들이 20대의 투표성향을 분석한 기사의 제목들이다. 주요 논지는 현재 민주당vs국민의힘 구도에 20대가 포섭되지 않는 이유는 개인의 이익과 실리를 더 중시하는 20대의 성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해석 모두 민주당은 진보, 국민의힘은 보수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20대 남성은 민주당의 페미니즘 정책이 진보적이라서 민주당을 뽑지 않았고, 20대 여성은 민주당 인사의 성폭력 사건이 덜 진보적이라서 민주당을 뽑지 않았다는 식의 해석이기 때문이다. 20대가 진보나 보수라는 이념을 덜 중요시한다는 분석도 개인의 이익과 실리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기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만들어온 민주화vs산업화라는 프레임이 20대가 현재 겪는 문제를 대변하지 못할 만큼 협소하기 때문이다.


20대가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은 개혁으로 포장해온 민주당의 행보가 전혀 개혁이나 진보가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으로 포장된 조국 일가의 부패 수사 방해가 그랬고, 한반도 비핵화없이 겉으로만 정상회담을 하는 연출이 그랬고, 부동산, 일자리 등 자신들의 정책 실패 원인을 기득권과 국민의힘의 탓으로만 돌린 것이 그랬다. 민주당 인사 개개인의 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가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밀어붙인 정책이 모두 틀렸을 만큼 무능했던 것이 이번 선거의 참패의 원인이다. (민주당의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학생행진팜플렛 보궐선거 특집호를 참고해주세요.)


국민의 힘도 자격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민주당인사의 성폭력 사건을 진영논리에 활용하기만 했을 뿐 성평등 달성을 위한 방안에는 관심이 없었다. 보궐선거의 원인을 민주당 인사의 성폭력 사건으로 짚으며 네거티브 공세에 열을 올렸지만, 청년단체들이 보낸 성평등 정책 질의서에는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무리한 재개발과 강제철거가 배경이었던 용산참사에 대해서 오세훈 당선자는 임차인들의 폭력적인 저항이 원인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선거 시기가 다가오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등 포퓰리즘적인 정책에 힘을 보탠 것도 국민의 힘이었다. 


민주화운동 출신이 많으니까 민주당은 진보적, 그렇지 않은 국민의 힘은 보수적이라는 구도가 틀렸다면, 이번 20대들의 투표 결과를 성별갈등이 원인이라고, 세대적 기질이 원인이라고 넘겨짚지 않아야 한다. 함부로 넘겨짚는 태도는 정치적 쇄신을 회피하고 시민을 탓하는 태도다. 이번 보궐선거의 발생 원인인 성폭력 사건, 선거 시기 포퓰리즘적으로 남발된 가덕도 신공항특별법과 재난지원금, 선거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정책 경쟁보다는 네거티브 정치로 일관했던 선거운동은 한국 정치의 부족한 점을 드러내 보였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토론해야 하는 건 무엇이 새로운 진보 정치의 내용이다. 전국학생행진은 새로운 진보의 내용으로서 권력형 성폭력이 아니라 페미니즘, 지지율 관리를 위한 재정 포퓰리즘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재정 정책, 민주화vs적폐라는 낡은 진영논리가 아니라 저성장, 코로나19 시기를 극복해나갈 합리적인 정책경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21.4.18

전국학생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