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19] 후속기획 -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 주현님 인터뷰


편집자 주 -

<등록금 반환을 돌려주지 못하는 것들>을 구성하며 가장 많이 고민한 건 제목이었다. 결국에는 처음 생각대로 가게 되었지만, 등록금 반환 운동 자체를 과도하게 비판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생각이 굳건했지만, 대학사회 안에서 활동하는 모든 동료에게 서로 힘이 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래서 후기 인터뷰를 기획하였을 때 등록금 반환을 함께했던 사람의 의견이 가장 먼저 듣고 싶었다. 등록금 반환을 외치는 사람들도 각자의 이유가 다르고, 등록금 반환보다 대학사회를 고민해야 한다는 우리의 메시지에 얼마나 공감할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운 좋게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 주현님과 연이 닿아 연락드렸고,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뵙게 되었다. 이 글 역시 생생함을 위해 편집을 최소화하였다.


Q. 대학사회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 간략하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일단 학생회 활동을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고, 현재는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을 하고 있어요. 또 다른 활동은 연세대 비정규 공대위와 노학연대단체 등에서 활동 중입니다. 그 외 농활 등의 기획에서는 다양하게 활동해왔고요.


Q. 굉장히 바쁘게 사시는군요.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건 학생회 활동이겠죠? 관련해서 코로나 이전에 입학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코로나로 학생사회 내 공적 경험이 없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하더라고요. 공감이 가는 입장이라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전 학생들과 극명한 차이가 있나요?

A. 20/21학번과 차이가 느껴진다, 혹은 저학년이라고 뭐가 다르다기보다 모두가 온라인 학생회에 적응해가는 중인 것 같아요. 온라인 학생회의 차이를 고민해보자면 일단 회의 뒤풀이가 없어서 친목이 거의 없다는 게 차이일 것 같아요. 학생회는 그리 재미없어도 사람들이 좋으면 조금 더 활동하게 되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은 없을 거 같아 아쉽죠.


Q. 지금까지 발간된 <등록금 반환이 돌려주지 못하는 것들> 글을 사전에 읽어오시는 걸 부탁드렸는데, 읽으신 후 소감이나 피드백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A. 제가 보는 사람들과 되게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실 언론 등에서는 코로나 19로 모든 일이 특별해지고, 인생이 다 바뀐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대부분은 그래도 일상을 살아가거든요. 20/21학번 분들도 자신만의 일상을 만들어가는 중일 것으로 생각해서 특별하다고 보진 않았는데 기성 언론에서는 엄청난 비극의 피해자로 표현하니까.. 이렇게 잘 비추어지지 않는 부분을 잘 주목한 것 같았어요.


Q. 저희와 생각이 비슷하셨군요. 그렇다면 2/3부에서는 인상 깊었던 부분이 따로 있을까요?

A. 2부에서 말하는 대학 구조조정은 제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잘 모르는 영역이어서 좀 놀랐던 것 같아요. 저번에 행진 소개모임에서도 관련한 이야기를 잠시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등록금 반환 국면에서도 대부분 서울권이나 국립대 위주로 논의가 진행되었잖아요. 그 외 학교에서는 학과가 없어지네! 마네 하는 문제 때문에 등록금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 충격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은 대학 구조조정을 미디어 통해서만 접해서 분실물 게시판에 '제 학과가 없어졌어요' 같은 농담조만 들어봤거든요. 실제로 학과 구조조정이 일상적이라는 게 조금 놀라웠던 거 같아요. 제가 그동안 편협한 시야를 가지고 살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Q. 저도 최근에는 코로나를 따라 유행처럼 방역 관련 학과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조금 놀라웠던 것 같아요. 알기로는 등록금 반환 관련 활동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3부에서 등록금 반환 운동을 평가하는 부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A. 납득이 가는 비판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평소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고, 마지막에 김윤철 교수님이 대학이 학습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고 말씀하신 것도 공감이 많이 갔어요. 그리고 등록금 반환이 아니라 학생자치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도 이런 방향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 신선했고요. 저도 등록금 반환을 함께했던 입장이지만 학교가 오프라인과 비슷한 품질의 강의를 제공하면 소비자적인 접근으로 보면 반환의 근거가 없어진다는 지적에 동감했어요.


Q. 감사합니다. 비판하는 입장에서도 등록금 반환에 대한 근거가 다양한데 대신해서 비판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많았거든요. 저도 오히려 등록금을 수업뿐만 아니라 학생 자치활동 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보면 반환을 요구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렇게 하나의 패키지로 보면 학생자치도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로 표현될 수 있잖아요. 단과대 학생회장을 맡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혹시 단과대 차원에서는 등록금 반환을 위한 움직임 등이 있었나요?

A. 사실 학교 총학생회는 전대넷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서, 참여한 것은 모두 단과대 차원에서 한 거였어요. 사실 학내에서 등록금 반환을 외치는 공식적인 기구는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해요. 올해 활동을 같이하기도 했지만, 작년보다는 많이 열기가 없어진 것도 사실이고, 학생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지도 못해서요. 연세대만 봐도 작년 1/2학기 모두 소정의 장학금으로 돌려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더 목소리를 내야 하나 의구심을 품는 학생들도 많은 거 같아요. 단과대 차원에서 대응도 저희가 한 게 거의 유일한 정도에요. 그나마 참여하는 다른 학교들은 전대넷에 가입되어서 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사실 저희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소식을 받고 참여하는 거라서요.


Q. 전대넷에 가입되어 있었다면 더욱 다양한 활동이 가능했을 거 같은데 아쉽네요. 등록금 반환 자체에 대한 입장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일단 등록금 반환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지속적인 환류가 안 되는 것 같아요. 20년도 초반에는 다들 분노하고 시위 같은 것도 교내에서 있었거든요. 이런 게 학생회로 넘어가 본격적으로 학교와 논의를 하게 된 것이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에 적응하고 관심이 없어지니 학생회에만 남은 숙제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온라인이다 보니까 학생들도 학생회가 뭘 하고 있는지 관심 가지지 않으면 알기 쉽지 않고, 그렇다고 세미나나 토론회 같은 자리를 계속 만들기도 어렵잖아요. 그래도 '왜 등록금이 반환되어야 하는지', '코로나 시기 온라인 수업이 침해하는 수업권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등이 더 밝혀졌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온라인 수업이 지금 좋아졌다고 우리 일상이 돌아온 건 아니잖아요. <등록금 반환이 돌려주지 못하는 것들>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그 간극이 뭔지 고민해봐야죠.


Q. <등록금 반환이 돌려주지 못하는 것들>에서는 이 간극을 대학사회로 설정하고, 대학사회가 토론의 공간으로서 시민적 역량을 기르는 데 중요한 곳이라고 짚고 있는데요. 저는 내용을 구성하면서 대학사회에 너무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A. 그 간극이 대학사회가 아니더라도 고민해볼 지점은 많은 거 같아요. 저는 제가 낸 등록금이 당연히 수업료, 즉 수업을 위해서 사용될 거로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연세대만 봐도 캠퍼스가 3개가 넘고 재정 규모도 엄청나게 큰데, 병원부터 연세우유, 동문의 기부금이랑 나라에서 나오는 보조금 등을 모두 고려하면 사실 등록금만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더라고요. 특히 1학년 때 송도에서 수업을 들어서 기숙사 수익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복잡한 재정 구조 때문에 등록금 반환 운동이 활발해도 실제로 요구가 이행되기 어려울 수 있는 거 같아요. 이런 난점 때문에 등록금 반환 운동이 더 어려워지는 부분도 있는 거 같고요. 


Q. 대학 재원에 대한 다양한 고려도 같이 필요하겠네요. 기사로 접한 사건이었는데 한 교수님이 '학생들이 정말 학교의 주인이라면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더 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공분을 사는 발언이었다는 맥락이었는데 저는 일리가 있는 말이라는 생각도 한편으로 들더라고요. 학생들이 정말 학교를 운영할 역량과 권한이 있는 주인이라면 돈을 더 내는 게 맞지 않을까요? 물론 지금은 학교도 학생 자신도 소비자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요.

A. 그 논란이 작년 봄쯤이었던 것 같은데, 학기 말즘에 학교에서 등록금 반환도 안 되고 학생들 분노가 극심해졌을 때 공론화가 되었던 거로 기억해요. 당시에 에브리타임에서도 여론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고요. 당시에는 꽤 큰 논란이 되었던 것 같아요. 


Q. 학생회 입장에서도 꽤 큰일이었겠네요. 학생회에 대해서도 최근에는 조합주의적인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큰데, 온라인 시기에는 이런 활동도 어려워서 공동체로서 기능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거 같아요. 온라인 시기에 대학사회나 학생회에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조금 암울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제일 필요한 건 학생 사회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학생들의 근본적인 의지인 것 같아요. 우리 학교는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학회/동아리들이 없어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학생사회가 코로나 때문에 무너졌다는 것도 저는 동의하기 어려워요. 13년도 학생회 홍보물을 보니 단과대 소속 학회만 10개가 넘었는데, 지금은 한두 개밖에 없거든요.


Q. 코로나 시기 이전부터 이미 붕괴가 일어나고 있었다는 지적이 정말 크게 공감되네요. 대학사회에 대해서도 저희가 주목했던 부분이 매해 구성원의 1/4가량이 바뀐다는 점이었는데, 최근에는 취업 준비 때문에 학생 사회에 머무르는 시간도 짧아지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대학 사회에 어떤 메시지가 필요한지 고민하는 게 이 콘텐츠의 주된 목적이에요. 주현 님이 보시기에 지금 학생사회에 가장 필요한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하다! 가 될 수도 있고, 20/21학번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괜찮을 거 같아요.

A. 저는 학생들이 대학생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취직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학내 활동도 하고 단체들과 연대도 해봤으면 좋겠어요. 상대적으로 사회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거죠. 엘리트주의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실제로 사회에서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주는 것도 있고요. 이런 시기일수록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는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