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난민 보호책 마련과 평화 정착 촉구 공동 기자회견문

관리자
202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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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문

한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보호책 마련하라

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 평화 정착을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하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했고,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결국 탈레반에 정권을 이양했다. 2001년 9.11 테러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탈레반 대변인은 “아프간 국민들에게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탈레반의 위협을 피해 수많은 난민들이 다시 피난길에 오르고 있고, 카불 공항에는 수천 명의 탈출 인파가 몰려 마비되었다. 비행기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자국을 탈출하려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비극적인 상황이 전 세계로 전해졌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현 상황은 한국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대테러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한 국가이며, ‘재건’이라는 이름으로 아프가니스탄 점령에 동참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2002년 동의·다산 부대, 2010년 지방재건팀(PRT)과 오쉬노 부대 등을 파견한 바 있으며, 현지 안정화와 재건을 명목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약 10억 달러(한화 1조 1700억 원)를 지원했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의 참담한 상황에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난민 보호책을 마련할 것, 아프가니스탄의 평화 정착을 위해 국제사회가 긴밀히 협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한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과 관련 기관에서 일했던 현지인과 가족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안전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한국 기관에서 통역사, 의료진, 사무직 등으로 근무했던 현지인 직원들이 한국 정부에 보호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점령국 정부를 위해 일했다는 이유로 안전을 크게 위협 받고 있고, 탈출과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7일 한국 대사관과 교민 철수는 완료되었지만, 정부는 한국 기관을 돕다가 위험에 처한 이들에 대한 대책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014년 오쉬노 부대 철군 당시에도 한국 정부는 탈레반에 위협을 받는 현지인들에 대한 아무런 보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네덜란드, 독일 등은 자국 기관에서 일했던 현지인 직원과 가족들의 피난을 돕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주 아프가니스탄 한국 기구에서 일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 대한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그들이 원할 경우 피난 조력이나 비자 부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둘째, 한국 정부는 현지 정세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기 전까지 아프가니스탄 국적 외국인들에 대한 특별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다양한 사유로 거주하거나 피난한 아프가니스탄 이주민들이 있다. 그러나 문턱 높은 한국의 난민 심사로 인해 이들 대부분은 난민으로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추방 직전에 있거나, 보호소에 갈 위기에 처해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지난 17일 “연초부터 55만명 넘는 아프간인들이 분쟁과 불안정으로 인해 자국 내 살 곳을 잃었다”고 밝히며,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사람들을 강제 송환해서는 안 된다고 국제사회에 호소하였다. 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현지 사정을 고려하여 송환 중단, 보호소 구금 중지, 체류 연장 등의 절차를 즉시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셋째, 미국 주도의 대테러 전쟁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고, 그 평가에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미국의 침공으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오랫동안 고통받아왔다. 브라운 대학 왓슨 연구소는 지난 20년 동안 벌어진 전쟁으로 약 24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이 중 7만 명 이상이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난민은 약 530만 명, 국내 실향민은 약 350만 명에 달한다. 미군 철수 이후 벌어진 현 상황은 아프가니스탄에 ‘정상 국가’를 세우겠다는 미국의 일방적인 목표와 파병 등으로 동참한 국가들의 군을 앞세운 ‘재건 지원’ 시도가 허상이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 의회가 구성한 아프가니스탄 재건 특별감찰기구조차 “미국의 아프간 재건 사업의 일부는 성공적이었지만 너무 많은 실패로 점철”됐고 “미국 정부는 아프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파병과 군사 개입에 대한 한국 정부나 의회의 반성적인 평가는 아직 찾아볼 수 없다. 20년 전 국제 시민사회는 전쟁과 군사 개입을 강력히 반대했고,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과 점령이 또다른 극단주의를 부를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그 비극적인 결과는 이라크에서도 드러났고 오늘날 아프가니스탄에서 또다시 확인되었다. 탈레반 역시 오랜 전쟁과 점령이 낳은 극단주의 세력이었다. 결국 미국은 아무것도 책임지지 못한 채 철수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전쟁과 군사 개입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강압과 점령에 의해서는 재건도 평화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넷째, 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의 평화 정착과 인권 보장, 난민 보호를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피난길에 오르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탈레반의 보복과 박해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탈레반이 1996년 집권 당시 극단적인 이슬람 율법을 적용하며 잔혹하게 국민들을 통제하고,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을 탄압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해외로 탈출한 가운데 전 대통령, 총리 등이 탈레반과 협상을 시작했다고 한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의 평화와 안정,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여성 인권과 언론 자유를 존중하겠으며 보복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적인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한국 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 역시 아프가니스탄의 평화 정착과 인권 보장, 난민 보호를 위해 책임 있는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존엄과 인권을 지지하며, 특히 위협 속에서도 국제사회를 향해 발언을 이어가는 여성들에게 연대를 보낸다.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평화 정착을 위해 함께 지켜보고 목소리 낼 것이다. 

 

2021년 8월 20일 

연명 단체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