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반환이 돌려주지 못하는 것들> 2부 - 등록금 반환? 학교가 없어져도 받을 수 있는 건가요?
<등록금 반환이 돌려주지 못하는 것들>은 청년활동가단체 전국학생행진에서 발간하는 대학사회 관련 컨텐츠로, 최근 대학사회에서 코로나 시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사회에 대해 등록금 반환이 담지 못하는 시선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컨텐츠 프로젝트입니다.
당신에게 '청년'은 어떤 의미인가요?
한국의 청년은 ‘인서울 4년제 대학생’을 말한다. 주류는 ‘스카이’(SKY) 대학생이다. 이들이 한 말은 ‘요즘 청년들’의 견해가 된다. 한국의 입시란 이 대학들이 어떤 전형으로 신입생을 뽑느냐다. 이들의 도서관 대출 순위는 20대의 독서 트렌드가 된다. 심지어 이들이 대학에서 자퇴하면 신문 1면 머리기사로 소개된다. 한국에서 깎고 다듬어진 ‘청년’이라는 상징은 누군가를 과잉대표하거나 과소대표하는 낱말일 뿐이다. -한겨레 기사(2019.12)
2020년 코로나가 대학교를 덮쳤습니다. 급작스럽게 온라인으로 조성된 수업은 모두에게 어려웠고, 학생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온라인 수업에 실망해서 4월이 되자 등록금이 아까운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죠. 실습수업은 컴퓨터 화면 속에서 진행되었고, 도서관을 비롯한 학교 시설도 이용을 못 했습니다.
이런 목소리가 모여 등록금 반환에 대한 요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전국의 대학교 학생회들이 모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에서는 '등록금 일부에 대한 부당 이익 반환 청구' '불완전 이행으로서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 배상 책임' '불법 행위에 기한 손해 배상 책임'을 근거로 제시했죠. 이는 학생사회의 새로운 화두였습니다. 10년 전 반값등록금 이후, 학생사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보다 더 통일된 의견을 내는 건 처음이었죠.
여기까지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지역 대학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외 지역의 대학들은 등록금 반환 정도는 무의미할 정도로 다른 차원의 문제를 겪고 있었기 때문이죠. 신입생 미충원율이 어느 때보다 심각해져 3~4년 안에 대학 자체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에서는 첫 학기 등록을 마친 학생에게 아이패드, 아이폰까지 주면서까지 학생 유치를 위해 힘썼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냈습니다. 급격한 '인구 절벽' 세대가 장기화하며 나타난 사태인 만큼, 이른 시일 내 해소가 어렵다는 소견이 대부분이었죠.
그동안 수도권 밖 대학들은 '지잡대' 등으로, 학생들은 '공부 못 한 애들' 정도로 이해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전체 대학생 중 수도권 외 대학의 인원은 60%에 육박합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외면해도 되는 걸까요?
2019년 말 기사에 따르면, 19~23살 청년을 100명으로 가정할 때 대학생은 83명입니다. 언론에서 '청년'이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는 서울 내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16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작년 조국 전 장관의 자녀 관련 입시비리를 보며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왔는데!'라며 교내 집회에 촛불을 들고 분노했던 SKY 학생들은 그 중에서도 2명 뿐입니다. 그 외에 서울 밖 사립대에 다니는 사람이 29명, 국립대가 10명, 전문대가 28명이죠.
오늘 우리가 주목할 곳은 수도권 외 지역의, 향후 몇 년 안에 학교가 문을 닫을까 고민해야 할 수도 있는 대학생들입니다. 코로나 19가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전부터 학과 통폐합은 논란의 주제였죠. 2010년대부터 학과 통폐합(구조조정)은 꾸준히 이어졌고, 취업율이 기준이 되자 가장 먼저 문을 닫은 인문학 계열 관련자들은 '진리추구의 위기' '인문학의 죽음'이라고 개탄하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사회문제에 조금 관심 있다면 누구나 들어봤을 이야기입니다. 주요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가끔은 '소외된 목소리'로 공중파에서 다루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공부 못한 애들 아니냐'는 차가운 시선 역시 공존하죠. 하지만 정말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어떨까요? 실제로 대학 구조조정을 직면한 학생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공부 못한 애들'과 '안타까운 친구들' 사이 어딘가
전국학생행진에서는 수도권 외 대학의 학생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갑자기 학과가 없어진 불쌍한 청년들'과 '공부 못한 애들'로 불리는 이들은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 최근 비수도권 대학의 미충원률이 논란이 되면서 ‘벚꽃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라는 기사가 자주 등장합니다. 실제 대학 내에서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이 있나요?
제주도 소재 제주관광대 학생
저희 학교는 아닌데, 몇 년 전 다른 학교가 교육부 최하위 평가를 받아서 정원 35% 감축 권고와 신입생들이 국가장학금 1/2유형, 학자금 대출이 금지된 걸 보긴 했어요. 그게 제가 알고 있는 가장 큰 구조조정 사례였던 것 같네요.
대전광역시 소재 한남대학교 학생
미충원율... 사실 제가 다니는 학교도 충원이 3회전은 도는 것 같아요. 학과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기에 부족하면 이목을 끌려고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고요. 20년부터 A학과가 B학과로 바뀌기도 했고요. 기존 C학과를 D학과로 바꾸고 E학과를 세분화해서 인원을 모은다고도 하더라고요. 코로나 백신 관련 제약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E학과 및 F학과를 통합해서 아예 단과대를 신설한다고도 하네요. 사회가 원하는 학과를 신설해서 학생들 관심을 모으려는 것 같네요. 그런데 솔직히 거의 매 해 있는 구조조정이라 큰 반응은 없어요.
전라남도 소재 목포대학교 학생
학과 통폐합과 같은 상황의 분위기는 사실상 어떠한 형태로 진행되는가에 따라 다른 게 사실이에요. 이 부분의 경우는 해당 학과를 재학 중이던 학생과 새롭게 입학한 신입생의 기준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것으로 보이네요. 통폐합이 진행된다고 하면 통폐합 직후로는 불만의 목소리가 먼저 들리긴 해요. 체계가 명확히 잡히지 않고, 시행착오가 많은 과도기적 단계이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재학 중인 학생들은 당연하게도 피해를 보는 경우도 봤고요. 하지만 비전 있는 신생 학과의 등장이나 트렌드에 맞춘 커리큘럼 등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해당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도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본, 정확히는 '일상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부분 대학에서는 이목을 끌기 위해 학과 통폐합을 하거나, 사회에서 급작스러운 주목을 받는 학문 관련 학과를 재구성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실제 비수도권 대학생들은 '지방대의 위기'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 최근 코로나 위기가 대대적인 구조조정 바람을 불고 왔다는 기사가 많이 보이는데요, 이 문제에 대한 여러분이나 주변 학우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제주도 소재 제주관광대 학생
학과가 폐지된다 해도 졸업이 가능하고 학력도 대졸로 나오기 때문에 문제없이 좋은 학점을 받아서 졸업하면 될 거 같고, 통합이 된다면 비슷한 학과끼리 통합되기 때문에 사실 큰 문제 없이 학과 생활을 하면 될 거 같아요.
대전광역시 소재 한남대학교 학생
솔직히 하루 이틀 나온 얘기도 아니고, 학생들이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어차피 학점을 받는 게 목표라서... 우리에게 피해가 오지 않으면 별 반응은 없어요. 학사개편이 내년에 학과에 이뤄지긴 하는데, 조교나 학부장 교수님에게 여쭤보니 이전 학번들은 영향을 안 받는다고 해서 저부터 딱히 거부하거나 반대할 생각은 안 드네요.
부산광역시 소재 동아대학교
솔직히 큰 관심이 없어 저희 학교 반응에 대해 잘 모르겠어요. 근데 경쟁에서 도태된 학교를 구태여 살릴 필요성은 잘 모르겠네요... 어차피 학벌로 쉽게 취업이 안되는 시대잖아요. 차라리 대학 살리는 데 넣을 돈을 고등학교 졸업한 친구들의 취업이나 진로 탐색 활동에 지원하는 것이 낫다고 봐요.
예상과 달리 위기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서 자신에게 직접적인 손해가 오는 것이 아니라면 크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경우 학점을 이수하여 학위를 받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기도 했죠. 무엇보다 언론에 비추는 것만큼 모든 이들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게 절대 아니라는 데 주목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만난 학생들은 누구보다 자신의 미래를 주체적으로 만들어가고 있었죠.
→ 대학 시절 본인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 같거나, 후배들에게 곡 추천해주고 싶은 활동이나 공부가 있나요?
대전광역시 소재 한남대학교 학생
취업 관련 국제대회가 과에서 많이 열려요. 학과 차원에서도 이런 행사에 참여를 독려하는데, 후배들도 이런 활동을 많이 했으면 좋겠네요. 저도 내영 외국인 투자기업 설명회를 다녀오곤 했는데 얻은 게 많았어요. 저는 고등학교가 입시를 위한 기관이라고 본다면, 대학은 취업을 위한 기관이라고 생각해요.
제주도 소재 제주관광대 학생
저는 후배들이 학교 행사에 참여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이유는 나중에 취업할 때 이런 학교 경진대회에 참가한 이력을 적을 수 있고, 저희 학교 같은 경우에는 외국어나 자격증 특별반을 개설해주기도 하는데 수업을 듣고 자격증 시험을 치르면 시험비 50%를 지원해주더라고요.
어쩌면, 서울 주요 내 대학에 다니면서 지방대 구조조정을 두고 '불쌍한 친구들'로 생각하는 것은 동정과 연민을 넘어 멸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실제로 대학 내 학과 통폐합이나 구조조정은 일상적이고, 졸업에 지장이 될 정도로 급격한 변화가 아니라면 크게 반대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무조건적 반대에서 벗어나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
여기서 고민해보아야 하는 것은 대학의 역할과 학생들의 인식입니다. 대부분의 학생은 대학에 대해 취업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었죠. 하지만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표어가 등장할 정도로 문과 계열 학생들의 취업난은 오래된 현상입니다. 상대적으로 인원이 부족해 오히려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이과계열과는 다른 세상 이야기죠.
이처럼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분야와 대학에 가르치는 분야의 불일치는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대학에서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배출하는지는 종속변수에 가깝기 때문에, 실제 일자리가 있는 분야의 비중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일자리가 생기는 분야는 산업구조의 문제이고, 또 산업구조는 국가 경제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쉽사리 바뀌지 않죠. 즉 대학이 사회의 수요에 맞춰 적절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죠.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존 학생들이 일방적인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은 중요하겠죠. 우리가 만난 인터뷰이들은 대부분 당사자도 이런 상황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전라남도 소재 목포대학교 학생
학과 구조조정에 있어서는 커리큘럼의 빠른 정립과 시행, 그리고 기존 재학생들의 처우가 중요할 거 같아요. 우선 커리큘럼의 경우 아무리 새로운 트렌드에 발 맞추어 학과를 개편하고 좀 더 비전있는 인재양성에 목적을 둔다고 하더라도, 그에 비해 수업의 내용이나 지원 등이 늦다면 재학생의 입장에서 곤란할 것 같아요. 과도기적 단계임을 인지하더라도 학과 개편으로 커리큘럼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하면 시간이 촉박해질 것 같기도 하고요. 실제로 주변에서는 졸업 학위명이 바뀌어 새로운 교육과정을 이수하느라고 졸업이 몇 년 늦어진 경우도 봤어요.
인터뷰를 정리하던 시기인 지난 5월 20일, 교육부에서는 '대학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대학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습니다. 요지는 대학 정원을 조정하고, 수도권으로의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권역별로 나누는 데 있었습니다.
정책의 전반적인 기조가 '한계사학' 관리에서 '전체 대학' 관리로 변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대학 인원 감축을 자율로 두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고, 이런 자율화 정책은 일관된 정책 추진이 중요한 고등교육 정책에서 기존 계획을 이탈했다는 점은 강하게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그동안 대학 구조조정은 주로 보수정권의 정책으로 비추어지며, 학생들의 미래를 빼앗는 악질적인 행위로 묘사되었습니다. 하지만 대학 구조조정은 이제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특히 2024년 전후로 또다시 학령인구 급감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빠른 결단이 필요하겠죠. 전국학생행진에서 만난 학생들에게도 구조조정은 이미 일상적이며 오히려 '어떻게 잘 할 것인가'가 더욱 큰 관심사였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향은 앞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대학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태도에서는 탈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등록금 반환이 돌려주지 못하는 것들> 2부 - 등록금 반환? 학교가 없어져도 받을 수 있는 건가요?
<등록금 반환이 돌려주지 못하는 것들>은 청년활동가단체 전국학생행진에서 발간하는 대학사회 관련 컨텐츠로, 최근 대학사회에서 코로나 시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사회에 대해 등록금 반환이 담지 못하는 시선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컨텐츠 프로젝트입니다.
당신에게 '청년'은 어떤 의미인가요?
2020년 코로나가 대학교를 덮쳤습니다. 급작스럽게 온라인으로 조성된 수업은 모두에게 어려웠고, 학생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온라인 수업에 실망해서 4월이 되자 등록금이 아까운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죠. 실습수업은 컴퓨터 화면 속에서 진행되었고, 도서관을 비롯한 학교 시설도 이용을 못 했습니다.
이런 목소리가 모여 등록금 반환에 대한 요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전국의 대학교 학생회들이 모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에서는 '등록금 일부에 대한 부당 이익 반환 청구' '불완전 이행으로서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 배상 책임' '불법 행위에 기한 손해 배상 책임'을 근거로 제시했죠. 이는 학생사회의 새로운 화두였습니다. 10년 전 반값등록금 이후, 학생사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보다 더 통일된 의견을 내는 건 처음이었죠.
여기까지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지역 대학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외 지역의 대학들은 등록금 반환 정도는 무의미할 정도로 다른 차원의 문제를 겪고 있었기 때문이죠. 신입생 미충원율이 어느 때보다 심각해져 3~4년 안에 대학 자체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에서는 첫 학기 등록을 마친 학생에게 아이패드, 아이폰까지 주면서까지 학생 유치를 위해 힘썼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냈습니다. 급격한 '인구 절벽' 세대가 장기화하며 나타난 사태인 만큼, 이른 시일 내 해소가 어렵다는 소견이 대부분이었죠.
그동안 수도권 밖 대학들은 '지잡대' 등으로, 학생들은 '공부 못 한 애들' 정도로 이해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전체 대학생 중 수도권 외 대학의 인원은 60%에 육박합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외면해도 되는 걸까요?
2019년 말 기사에 따르면, 19~23살 청년을 100명으로 가정할 때 대학생은 83명입니다. 언론에서 '청년'이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는 서울 내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16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작년 조국 전 장관의 자녀 관련 입시비리를 보며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왔는데!'라며 교내 집회에 촛불을 들고 분노했던 SKY 학생들은 그 중에서도 2명 뿐입니다. 그 외에 서울 밖 사립대에 다니는 사람이 29명, 국립대가 10명, 전문대가 28명이죠.
오늘 우리가 주목할 곳은 수도권 외 지역의, 향후 몇 년 안에 학교가 문을 닫을까 고민해야 할 수도 있는 대학생들입니다. 코로나 19가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전부터 학과 통폐합은 논란의 주제였죠. 2010년대부터 학과 통폐합(구조조정)은 꾸준히 이어졌고, 취업율이 기준이 되자 가장 먼저 문을 닫은 인문학 계열 관련자들은 '진리추구의 위기' '인문학의 죽음'이라고 개탄하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사회문제에 조금 관심 있다면 누구나 들어봤을 이야기입니다. 주요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가끔은 '소외된 목소리'로 공중파에서 다루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공부 못한 애들 아니냐'는 차가운 시선 역시 공존하죠. 하지만 정말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어떨까요? 실제로 대학 구조조정을 직면한 학생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공부 못한 애들'과 '안타까운 친구들' 사이 어딘가
전국학생행진에서는 수도권 외 대학의 학생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갑자기 학과가 없어진 불쌍한 청년들'과 '공부 못한 애들'로 불리는 이들은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 최근 비수도권 대학의 미충원률이 논란이 되면서 ‘벚꽃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라는 기사가 자주 등장합니다. 실제 대학 내에서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이 있나요?
해당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도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본, 정확히는 '일상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부분 대학에서는 이목을 끌기 위해 학과 통폐합을 하거나, 사회에서 급작스러운 주목을 받는 학문 관련 학과를 재구성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실제 비수도권 대학생들은 '지방대의 위기'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 최근 코로나 위기가 대대적인 구조조정 바람을 불고 왔다는 기사가 많이 보이는데요, 이 문제에 대한 여러분이나 주변 학우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예상과 달리 위기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서 자신에게 직접적인 손해가 오는 것이 아니라면 크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경우 학점을 이수하여 학위를 받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기도 했죠. 무엇보다 언론에 비추는 것만큼 모든 이들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게 절대 아니라는 데 주목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만난 학생들은 누구보다 자신의 미래를 주체적으로 만들어가고 있었죠.
→ 대학 시절 본인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 같거나, 후배들에게 곡 추천해주고 싶은 활동이나 공부가 있나요?
어쩌면, 서울 주요 내 대학에 다니면서 지방대 구조조정을 두고 '불쌍한 친구들'로 생각하는 것은 동정과 연민을 넘어 멸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실제로 대학 내 학과 통폐합이나 구조조정은 일상적이고, 졸업에 지장이 될 정도로 급격한 변화가 아니라면 크게 반대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무조건적 반대에서 벗어나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
여기서 고민해보아야 하는 것은 대학의 역할과 학생들의 인식입니다. 대부분의 학생은 대학에 대해 취업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었죠. 하지만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표어가 등장할 정도로 문과 계열 학생들의 취업난은 오래된 현상입니다. 상대적으로 인원이 부족해 오히려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이과계열과는 다른 세상 이야기죠.
이처럼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분야와 대학에 가르치는 분야의 불일치는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대학에서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배출하는지는 종속변수에 가깝기 때문에, 실제 일자리가 있는 분야의 비중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일자리가 생기는 분야는 산업구조의 문제이고, 또 산업구조는 국가 경제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쉽사리 바뀌지 않죠. 즉 대학이 사회의 수요에 맞춰 적절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죠.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존 학생들이 일방적인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은 중요하겠죠. 우리가 만난 인터뷰이들은 대부분 당사자도 이런 상황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정리하던 시기인 지난 5월 20일, 교육부에서는 '대학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대학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습니다. 요지는 대학 정원을 조정하고, 수도권으로의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권역별로 나누는 데 있었습니다.
정책의 전반적인 기조가 '한계사학' 관리에서 '전체 대학' 관리로 변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대학 인원 감축을 자율로 두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고, 이런 자율화 정책은 일관된 정책 추진이 중요한 고등교육 정책에서 기존 계획을 이탈했다는 점은 강하게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그동안 대학 구조조정은 주로 보수정권의 정책으로 비추어지며, 학생들의 미래를 빼앗는 악질적인 행위로 묘사되었습니다. 하지만 대학 구조조정은 이제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특히 2024년 전후로 또다시 학령인구 급감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빠른 결단이 필요하겠죠. 전국학생행진에서 만난 학생들에게도 구조조정은 이미 일상적이며 오히려 '어떻게 잘 할 것인가'가 더욱 큰 관심사였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향은 앞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대학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태도에서는 탈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