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이주여성노동자가 난방이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뒤로도, 일터에서의 이주노동자 죽음은 연이어 목격되고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이며, 최근 5년간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발생률은 정주(내국인)노동자보다 약 30%가 높게 나타났다. 이주노동자는 10명 중 1명꼴로 산재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매년 사고 사망자수는 평균 100명을 상회한다. 송출국 언론에서조차 자국 노동자가 한국에서 산재 사망해 시신으로 들어오는 현장을 보도할 정도라고 하니 한국 사회에서 ‘위험의 이주화’는 이미 국제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 5월 29일,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카자흐스탄 국적의 동포노동자(34세)가 로봇 설비에 머리가 협착되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숨진 이주노동자는 세원테크 하청업체 소속 직원으로, 잠시 화장실을 간 동료의 업무를 대신 해주던 중 사고를 당했다. 각 공정에 단 한 명의 노동자만 배치한 공장 인력 운용이 빚은 참사였다. 세원테크는 직장폐쇄, 손해배상청구, 구사대 투입 등 악질적인 노조파괴로 악명높은 사업장이었으며 두 명의 열사가 나온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이었다. 그러나 2004년 기업노조로 넘어간 이후 일터 내 산재에 대한 대응도 지지부진해졌고, 현장 내에는 크고 작은 산재 사고들이 잦았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롯데 물류 군포터미널 택배 상하차 과정에서 중국 동포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다리가 끼어 뼈까지 보이는 큰 사고를 입었다. 그러나 업체는 작업 중 다친 것을 알리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119에 신고하지 않고 일반 차량에 태워 병원으로 옮겼다. 동포 이주노동자를 택배 상하차 노동에 투입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나온 이후 실제 일어난 사고다.
중대재해는 또 있었다. 지난 3월, 경기 화성시의 자동차 부품사에서 일했던 50대 중국동포 여성노동자는 주 60시간, 주야맞교대 노동을 하다가 기계에 목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고 20여일 후 사망했다. 사고가 나기 이전부터 결함이 잦았던 기계는 노동자들이 직접 관리해야 했고, 실제 당사자 역시 고장난 기계를 직접 고치다 한쪽 팔이 부러지기도 했다. 노동부는 사망을 해야 중대재해로 인정한다며 작업 중지 명령을 전혀 하지 않았다. 노동부의 직무유기와 방관 속에서, 사업주가 희생자의 가족에게 내민 것은 고작 2천만원의 합의금에 불과했다.
300인 미만 내국인이 구해지지 않는 사업장에서 일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고용허가제이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에게 산업재해가 발생할 확률은 그만큼 높다. 사업장을 옮길 권한이 없는, 극도로 사업주에게 종속되어 있는 제도의 특성은 산업재해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산재 은폐도 쉽고 사업주가 지불하는 ‘목숨값’도 현저히 낮다. 민사상 손해배상금액 산정 시 본국에서의 일실수익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사업주들은 1-2천만원의 합의금을 내세우며 끝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사업장은 적용 예외조항을 두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사고가 날 위험이 높은 업종에 일하고 있는 현실 자체와 그러한 현실을 강제하는 이주노동정책도 이주노동자들에게 산재사망을 가중시키는 원인이다.
법제도 개정과 정비가 시급하다. 5인 미만 예외 – 50인 미만 처벌 유예 조항 등을 담고 있는 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즉각 개정되어야 한다. 또한 세원테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위험한 작업에 적정인력과 예산 보장을 명시해야 하고, 하청노동자들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경영 책임자의 의무를 법에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중대재해에는 사안의 심각성과 특성 상, 별도의 대책과 대응 기구 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위험한 현장의 업무에 대해서 거부할 수 있는 기본적 권한이 보장되어야 한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막는 고용허가제 폐지가 절실하다. 더불어 적정 인원 배치를 요구할 권리, 상세하게 알 수 있는 자국어 매뉴얼·지침으로 일에 접근할 권리 등 구체적인 요구를 관철시킬 현장 내에서의 힘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있어야 한다. 스스로 안전을 감시하고 지켜가는 활동, 노동조합의 대응과 힘을 강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노조 조직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는 절규, 이주노동자는 내뱉지도 못하고 죽어간다.
정부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즉각 요구한다.
2021년 6월 2일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대구경북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연대회의, 대전충청이주인권운동연대,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부산울산경남공동대책위원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동성명] 화장실에 간 동료의 일을 대신하다 맞은 참변, 더 이상 이주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지마라.
캄보디아 이주여성노동자가 난방이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뒤로도, 일터에서의 이주노동자 죽음은 연이어 목격되고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이며, 최근 5년간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발생률은 정주(내국인)노동자보다 약 30%가 높게 나타났다. 이주노동자는 10명 중 1명꼴로 산재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매년 사고 사망자수는 평균 100명을 상회한다. 송출국 언론에서조차 자국 노동자가 한국에서 산재 사망해 시신으로 들어오는 현장을 보도할 정도라고 하니 한국 사회에서 ‘위험의 이주화’는 이미 국제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 5월 29일,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카자흐스탄 국적의 동포노동자(34세)가 로봇 설비에 머리가 협착되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숨진 이주노동자는 세원테크 하청업체 소속 직원으로, 잠시 화장실을 간 동료의 업무를 대신 해주던 중 사고를 당했다. 각 공정에 단 한 명의 노동자만 배치한 공장 인력 운용이 빚은 참사였다. 세원테크는 직장폐쇄, 손해배상청구, 구사대 투입 등 악질적인 노조파괴로 악명높은 사업장이었으며 두 명의 열사가 나온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이었다. 그러나 2004년 기업노조로 넘어간 이후 일터 내 산재에 대한 대응도 지지부진해졌고, 현장 내에는 크고 작은 산재 사고들이 잦았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롯데 물류 군포터미널 택배 상하차 과정에서 중국 동포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다리가 끼어 뼈까지 보이는 큰 사고를 입었다. 그러나 업체는 작업 중 다친 것을 알리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119에 신고하지 않고 일반 차량에 태워 병원으로 옮겼다. 동포 이주노동자를 택배 상하차 노동에 투입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나온 이후 실제 일어난 사고다.
중대재해는 또 있었다. 지난 3월, 경기 화성시의 자동차 부품사에서 일했던 50대 중국동포 여성노동자는 주 60시간, 주야맞교대 노동을 하다가 기계에 목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고 20여일 후 사망했다. 사고가 나기 이전부터 결함이 잦았던 기계는 노동자들이 직접 관리해야 했고, 실제 당사자 역시 고장난 기계를 직접 고치다 한쪽 팔이 부러지기도 했다. 노동부는 사망을 해야 중대재해로 인정한다며 작업 중지 명령을 전혀 하지 않았다. 노동부의 직무유기와 방관 속에서, 사업주가 희생자의 가족에게 내민 것은 고작 2천만원의 합의금에 불과했다.
300인 미만 내국인이 구해지지 않는 사업장에서 일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고용허가제이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에게 산업재해가 발생할 확률은 그만큼 높다. 사업장을 옮길 권한이 없는, 극도로 사업주에게 종속되어 있는 제도의 특성은 산업재해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산재 은폐도 쉽고 사업주가 지불하는 ‘목숨값’도 현저히 낮다. 민사상 손해배상금액 산정 시 본국에서의 일실수익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사업주들은 1-2천만원의 합의금을 내세우며 끝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사업장은 적용 예외조항을 두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사고가 날 위험이 높은 업종에 일하고 있는 현실 자체와 그러한 현실을 강제하는 이주노동정책도 이주노동자들에게 산재사망을 가중시키는 원인이다.
법제도 개정과 정비가 시급하다. 5인 미만 예외 – 50인 미만 처벌 유예 조항 등을 담고 있는 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즉각 개정되어야 한다. 또한 세원테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위험한 작업에 적정인력과 예산 보장을 명시해야 하고, 하청노동자들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경영 책임자의 의무를 법에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중대재해에는 사안의 심각성과 특성 상, 별도의 대책과 대응 기구 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위험한 현장의 업무에 대해서 거부할 수 있는 기본적 권한이 보장되어야 한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막는 고용허가제 폐지가 절실하다. 더불어 적정 인원 배치를 요구할 권리, 상세하게 알 수 있는 자국어 매뉴얼·지침으로 일에 접근할 권리 등 구체적인 요구를 관철시킬 현장 내에서의 힘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있어야 한다. 스스로 안전을 감시하고 지켜가는 활동, 노동조합의 대응과 힘을 강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노조 조직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는 절규, 이주노동자는 내뱉지도 못하고 죽어간다.
정부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즉각 요구한다.
2021년 6월 2일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대구경북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연대회의, 대전충청이주인권운동연대,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부산울산경남공동대책위원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